"집도 없는데 재산 초과라뇨?" 근로장려금 탈락자들이 놓친 전세금 계산법
근로장려금 심사 결과를 받아보고 가장 억울해하는 반응이 있습니다. 바로 "재산기준 초과"로 탈락했다는 통보인데요. 전세로 사는 것뿐인데 무슨 재산이 2억이 넘냐며 황당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미스터리의 범인은 다름 아닌 전세보증금입니다. 정확히는 실제로 낸 보증금이 아니라, 국세청이 별도로 산출하는 '간주전세금'이라는 값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계산 구조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간주전세금, 대체 어떻게 계산되나
국세청은 전세 세입자마다 계약서를 일일이 확인하는 대신, 거주 중인 주택의 기준시가에 일정 비율을 곱해 전세금을 역산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렇게 나온 값이 간주전세금입니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라면 계산식은 간단합니다.
간주전세금 = 주택 기준시가 × 55%
기준시가 3억 2,000만 원인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한다면, 실제 보증금이 얼마든 상관없이 일단 1억 7,600만 원이 내 재산으로 잡힙니다. 이 금액 자체가 이미 근로장려금 50% 감액 구간(1억 7,000만 원 이상)에 들어가 버립니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조금 다릅니다. 기준시가에 실제 임차 면적 비율을 반영하고, 여기에 국토교통부의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역별 평균값을 고시해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계약서 한 장이 판을 뒤집는 이유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국세청은 간주전세금과 실제 전세보증금 중 더 낮은 금액을 재산으로 인정해줍니다. 다만 이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증빙자료로 직접 제출해야만 적용됩니다.
숫자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주택 기준시가: 4억 원
- 실제 전세보증금: 1억 5,000만 원
- 간주전세금: 4억 × 55% = 2억 2,000만 원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재산은 2억 2,000만 원으로 잡힙니다. 근로장려금 탈락선(2억 4,000만 원)에는 겨우 못 미치지만, 여기에 자동차나 예금 같은 다른 재산이 조금만 더해져도 바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위험이 큽니다.
반면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해서 실제 보증금인 1억 5,000만 원으로 인정받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다른 재산이 크지 않다면 감액 없이 100% 전액 수급도 가능해집니다. 서류 한 장 차이로 수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셈입니다.
부모님 집에 산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한 가지 예외를 반드시 알아둬야 합니다. 거주 중인 집의 소유자가 부모님 같은 직계존비속이라면, 기준시가의 **55%가 아니라 100%**를 전세금으로 간주합니다.
더 까다로운 건, 이 경우엔 실제 계약서에 더 낮은 보증금이 적혀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고, 이의신청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족끼리 형식적인 저가 계약을 맺어 재산을 낮추는 걸 막기 위한 장치인데, 정작 이런 사정을 모르고 부모님 명의 집에 살다가 장려금이 안 나와서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출을 껴도 재산은 그대로입니다
"전세대출을 잔뜩 받아서 실제 제 돈은 얼마 안 되는데요?"라는 항변도 근로장려금 심사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재산 산정 방식 자체가 부채를 전혀 차감하지 않는 총재산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전세대출 1억 원을 받아 마련한 보증금 1억 5,000만 원이라도, 재산으로는 그대로 1억 5,000만 원이 잡힙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기준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 신청 전 재산을 계산할 때 대출금을 빼고 생각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신청 전, 이 순서대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 내가 사는 집의 기준시가부터 확인합니다.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서 아파트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기준시가 × 55%(간주전세금)와 실제 보증금을 비교합니다.
- 실제 보증금이 더 낮다면, 신청 시점이나 소명 요청을 받았을 때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합니다.
- 판정 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이라는 점을 기억해둡니다. 그 시점의 계약 내용과 재산 상태가 심사 기준이 됩니다.
여기에 예금, 자동차 등 나머지 재산을 모두 합산해서 감액선인 1억 7,000만 원, 탈락선인 2억 4,000만 원을 넘는지 최종 확인하면 됩니다.
이미 탈락 통보를 받았다면
간주전세금이 실제보다 높게 잡혀서 탈락 또는 감액 처리됐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결정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보증금 기준으로 다시 계산했을 때 요건을 충족한다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으니, 통지서를 받았다고 바로 포기하지 말고 계약서부터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